면역저하 환자에서 발병한 양측성 이중성 대상포진과 난치성 대상포진후신경통 -증례 보고-
Intractable postherpetic neuralgia after herpes zoster duplex bilateralis in an immunocompromised patient −A case report−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Herpes zoster is caused by the reactivation of the varicella-zoster virus, and it typically presents as single dermatomal rash and vesicles. It can cause postherpetic neuralgia as a common complication. In immunocompromised patients, the lesions can be cutaneous, disseminated into two non-contiguous dermatomes, and this entity is referred to as herpes zoster duplex unilateralis or bilateralis. We present a case of postherpetic neuralgia after herpes zoster duplex bilateralis in a 60-year-old immunocompromised man. He had a past history of acute lymphocytic leukemia and was treated with allogeneic peripheral blood stem cell transplantation 1 year before herpes zoster reactivation. His postherpetic neuralgia pain was difficult to treat and it was refractory to conservative medication and neuraxial block.
서론
대상포진(herpes zoster)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척수 후근 신경절이나 뇌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재활성화되는 질환으로, 특정한 피부 분절의 수포성 발진과 통증을 특징으로 하며 대상포진후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을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한다[1]. 일반적인 대상포진은 단일 신경분절을 침범하는 데 비해 드물게 비연속적인 2개의 신경분절을 침범할 수 있고 이를 이중성 대상포진(herpes zoster duplex)이라 한다[2]. 혈액종양 환자, 고형종양으로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immunocompromised)에서 이중성 대상포진이 더 흔히 일어나게 되며 면역저하자의 대상포진은 일반적인 대상포진과 동일한 임상 양상을 보이나 피부병변의 발진 정도, 통증 강도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3-5]. 면역저하자 중에서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혈액종양 환자의 경우에서 가장 높은 대상 포진 발병률을 보이며 대략 20%에서 40%의 환자들이 이식 후 3년 안에 대상포진이 발생한다고 한다[6,7]. 저자들은 급성림프구백혈병 진단 후 동종 말초혈관줄기세포이식(allogeneic peripheral blood stem cell transplantation)을 받은 면역저하자에서 발생한 대상포진을 치료한 경험이 있으며, 이 환자에서의 발생양상이 양측성 이중성 대상포진의 형태를 띠었다는 점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통증 정도가 조절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는 점이 특수한 사례라 생각되어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60세 남자환자로 내원 약 4일 전부터 우측 후두부와 좌측 흉부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였고 내원 약 2일 전부터 상기 부위에 다수의 홍반 및 군집된 수포성 병변이 발생하여 본원 혈액종양내과에 내원하였다. 과거력상 환자는 1년 5개월 전 급성림프구백혈병을 진단받고 1년 전 동종 말초혈관 줄기세포 이식을 받은 후 경과 관찰 중이었다. 이학적 소견상 피부 병변 이외에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피부 소견상 오른쪽 제2 경추 신경분절(C2)과 왼쪽 제7 흉추 신경분절(T7)을 따라 양측성으로 홍반 위로 다수의 다양한 크기를 가지는 군집성 수포, 대수포 및 가피가 관찰되었고 일반적인 대상포진 피부 병변보다 심각한 피부 병변을 보였다(Fig. 1). 내원 당일 입원 후 시행한 일반 혈액 검사, 일반 화학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였고 양측 병변에서 시행한 쟁크 검사(Tzanck test)상 다핵거대세포(multinucleated giant cell)와 핵내 봉입체(intranuclear bodies)를 확인하여 대상포진을 확진하였다. 확진 후 항바이러스제 Acyclovir 500 mg 3 times/day 7일간 정주 투여 후 수포성 병변의 크기 감소를 보여 12일 동안 Acyclovir 200 mg 3 times/day로 감량하여 경구 투여하였다. 피부 병변을 치료하기 위해 하루 두 차례 생리식염수 젖은 드레싱을 시행하고 mupirocin 연고를 매일 국소 도포하였다. 양측의 피부 병변은 4주가량 지속된 후 국소 반흔 및 과색소 침착을 남기며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내원 당시 양측 병변 모두 숫자 통증 등급(numerical rating scale, NRS, 0점: 통증 없음, 10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통증) 10점의 쑤시는 듯한 통증과 칼로 베는 듯한 이질 감각 통증을 호소하였고, 내원 당일 oxycodone 10 mg combination with naloxone 5 mg/day, oxycodone 5 mg/day, gabapentin 300 mg/day를 투여하였다.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해 매일 경과 관찰하면서 진통제를 추가 및 용량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켰고, 내원 13일째에는 oxycodone 100 mg combination with naloxone 50 mg/day, oxycodone 10 mg/day, gabapentin 1,800 mg/day, amitriptyline 5 mg/day 투여, fentanyl patch 1,200 μg/day 부착하였으나 우측 두부 병변에서 NRS 8점, 좌측 흉부 병변에서 NRS 9점 이상의 통증을 호소하며 통증 호전을 보이지 않아 내원 14일째 환자는 통증 치료실로 협진 의뢰되었다.
협진 의뢰 당일 통증 치료실에서 경부와 흉부에 경막외 차단을 시행하였고 0.5% mepivacaine 6 cc와 triamcinolone acetonide 20 mg을 경부 경막외에 투여, 0.5% mepivacaine 4 cc와 triamcinolone acetonide 20 mg을 흉부 경막외에 투여하였고 시술 1일 뒤 두부 NRS 6점, 흉부 NRS 7점으로 호전을 보였다(Fig. 1). 첫 번째 시술 3일 뒤 동일 용량으로 양측 부위 경막외 차단을 시행하였고, 시술 하루 뒤 두부 NRS 4점, 흉부 NRS 6점으로 두부보다 흉부의 통증 완화가 부족하여 두 번째 시술 3일 후에 경부에는 동일 용량으로 경막외 차단, 흉부에는 경막외 카테터를 삽입하여 0.5% 리도카인 용액을 시간당 3 ml의 속도로 지속 주입하였다. 경막외 카테터를 삽입한 2일 후 환자의 두부 NRS 4점, 흉부 NRS 4점으로 통증 호전을 보였고 카테터 삽입 10일 후 환자는 퇴원하게 되어 카테터를 제거할 때까지 동일한 정도의 통증점수로 호전을 보였다.
내원 후 한 달간의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한 환자는 퇴원 일주일 후 통증치료실 외래로 방문하였으며 피부병변은 대량의 수포와 가피는 회복되고 색소침착이 일어난 상태였다(Fig. 2). 외래 방문 시 두부 통증은 NRS 4점 이하로 통증이 호전된 상태를 유지하였으나 흉부의 통증은 다시 악화되어 NRS 9점의 통증을 호소하였고 흉부 통증 완화를 위해 3일 간격으로 통증치료실 외래에서 흉부 경막외 차단을 2회 더 시행하였으나 시술 후 2일 가량 NRS 4점으로 일시적 호전을 보이고 이후 NRS 9점으로 악화됨을 반복하였다. 이에 저자들은 척수강내 약물주입술(intrathecal drug delivery)이나 척수 자극술(spinal cord stimulation)을 통한 통증 완화 방법을 설명하였으나 환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거부하여 시행하지 못하였다. 이후 외래 치료를 통해 1달에 걸쳐 3회의 흉부 경막외 차단을 더 시행하였으나 같은 양상의 악화를 보여 시술을 더는 시행하지 않았고 약물요법으로 치료를 지속하였으나 흉부 병변 NRS 9점 이상의 통증이 지속된 채로 환자는 내원하지 않아 증상 발생 약 90일 이후 추적 관찰은 소실 되었다.
고찰
대상포진은 수두 감염 시 전신의 수포에서 신경 말단을 침투하여 척수 후근신경절이나 뇌신경절에 잠복된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일어나게 되는 질환으로 수두 감염으로부터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 발병하게 된다[1]. 세포매개면역력(cell-mediated immunity)의 감소가 신경절에 잠복된 바이러스 재활성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포매개면역력이 감소하는 원인으로는 고령, 외상, 악성종양, 감염 그리고 면역저하 상태 등이 있다[8]. 면역저하 상태로는 호지킨 림프종, 백혈병, 항암치료 환자, 장기이식으로 인한 면역억제제 투여환자, HIV 환자 등이 있으며 이러한 면역저하자는 정상인보다 대상포진 발생 빈도가 현저히 증가하게 된다[5].
본 증례 환자의 경우 1년 전 동종 말초혈관 줄기세포 이식을 받은 급성림프구백혈병 환자라는 점에서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높은 군에 속하는 환자였다. 내원 당시의 특징적인 피부 발진과 수포, 동반된 통증은 전형적인 대상포진의 임상 양상이었으나 비연속적인 2 분절인 우측 후두부와 좌측 흉부에서 발진이 생겼다는 비전형적인 양상을 보였다. 양측 병변에서 각각 조직 생검을 시행하여 양측 부위 모두에서 대상포진 양성 소견을 확인하여 이중성 양측성 대상포진(herpes zoster duplex bilateralis)을 진단하였다. 노인 환자나 면역저하 환자와 같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 빈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대상포진 통증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5]. 본 증례의 환자는 노인에 면역저하 환자로 적극적인 통증 조절이 필요한 환자였으며, 항바이러스제, 아편유사제, 항우울제, 항경련제를 용량을 증량하며 14일간 복합 투여하였으나 양측 병변의 숫자 통증 등급(numerical rating scale, NRS) 8점 이상의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호소하여 경막외 신경차단을 시행하였다. 중등도 이상의 급성 대상포진 통증은 간헐적인 신경블록으로 조절이 어려우므로 매일 경막외 차단술을 시행하거나 경막외 카테터를 거치하여 접촉성 이질통이 거의 소실될 때까지 시행하는 것이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본 환자의 경우 10일간 흉부의 경막외 카테터 거치를 통해 통증 완화가 효과적이었으나 면역저하자라는 특성상 카테터의 거치로 인한 경막외 감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퇴원시에 카테터를 제거하였다. 대상포진의 통증은 대부분 발진이 치유될 때 전후하여 소실되지만 본 증례의 환자는 발진 소실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었고 발진 발생 1개월 후에도 통증이 잔존하는 상태를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정의하는 일반적인 견해에 따라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이행하였음을 알 수 있었고 이후 통증 조절이 되지 않은 채로 경과관찰이 소실되었다.
고령, 면역저하자, 심각한 급성기 통증, 심각한 발진, 심각한 전구 증상이 있을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9]. 본 증례 환자의 경우 60세의 고령,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면역저하자, NRS 9점가량의 급성기 통증, 양측의 심각한 피부 병변의 정도 등의 많은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였으며 약물과 신경차단술로 조절되지 않을 정도의 통증 강도를 가진 대상포진후신경통이 발생하였다. 대상포진후신경통에 대한 보편적으로 확립 치료가 존재하지 않으며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제, 마약성 진통제, 리도카인 패치 등의 약물요법과 신경차단술, 척수 신경자극술, 경피적 신경자극술, 피부동결법, 레이저 조사법, 척수강내 약물주입술 등의 대상포진 통증 조절에 사용되는 고식적인 치료가 행해지고 있으나 치료 방법들에 대한 각각의 치료 효과율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1,5,10].
Harke 등[11]은 기존의 통증 치료에도 불구하고 2년 이상 VAS (visual analogue scale) 9점 이상으로 통증 조절되지 않는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 28명에게 척수 신경자극술(spinal cord stimulation)을 시행한 경우 그중 82%에 해당하는 23명의 환자에서 VAS를 1점으로 낮추었고, 4명의 급성 대상포진 통증 환자에서 시행한 경우 4명 모두에서 3개월 이내에 통증이 해소되었다고 보고하였다. Moriyama는[12] 경막외 카테터 거치술과 같은 치료에도 통증이 경감되지 않는 대상포진 환자에서 일시적인 척수 신경자극술 치료가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으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이행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Andrew 등[13]은 기존의 대상포진후신경통의 통증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10-point pain scale 10점의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척수강내 약물주입술을 시행하여 평균적으로 10-point pain scale 6.8점으로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난치성 대상포진후신경통환자에서 척수강내 주입 약물로서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보고된 바 있다[14,15].
본 증례 환자의 경우 고령에 의한 대상포진후신경통의 위험인자 그리고 일반적인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았던 대상포진 통증뿐만 아니라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면역저하자라는 특징과 일반적인 대상포진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이중성 양측성 병변을 띈다는 점에서 일반인보다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임을 대상포진 치료 단계에서 예측 가능하였다. 그러나 입원기간 내에 경막외 신경차단술보다 더욱 적극적인 치료 방법을 시행하지 못하였던 점이 아쉬웠다. 저자들이 시행하지 못했던 척수강내 약물주입술이나 척수 신경자극술 등이 기존의 치료에 통증 조절이 되지 않던 대상포진 환자군에서 효과가 있었음을 제시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으므로 이중성 양측성 대상포진이 발생한 면역저하자에서 치료 효과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대상포진 임상양상을 띄는 면역저하자의 대상포진 치료에 있어 일반적인 약물 치료, 신경차단술의 효과가 부족할 시 적극적인 치료를 지체 없이 시행함을 고려하여야 하며, 그러한 적극적인 치료에는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되어 있는 척수강내 약물주입술이나 척수 신경자극술 등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