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증례의 임산부는 고혈압이 있었으나 약물로 잘 조절되었고 지주막하출혈에서 가장 흔한 증상인 두통은 관찰되지 않았다. 지주막하 출혈의 예후는 환자의 나이, 신경학적 등급, 동맥류의 크기 등이 관여하는데[
4], 본 증례의 임산부는 비교적 젊은 나이이나 간호사에 의해 목격되었을 당시 글래스고우혼수척도 3점으로 최악의 신경학적 상태였고, 자발순환의 회복이 여러 번 관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1961년 심폐소생술이 도입된 이래, 임산부의 심정지 시 소생술 가이드라인은 낮은 발생 빈도와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치우침(bias)이 많은 관찰연구, 임신 시 생리와 정상 분만 시 나타나는 변화에 기초한 전문가의 의견, 마네킹 연구, 비임산부의 심정지 연구로 얻은 보외법(extrapolation)에 기초하고 있다[
5]. 임신중 심폐소생술시 약물 사용과 제세동기 사용은 그 적응증과 방법, 용량은 비임신시와 동일하나, 소생술의 대상은 임산부뿐만 아니라 태아도 포함된다. 임산부와 태아에게 있어 심페소생술의 최상의 결과는 임산부의 소생술 성공에 의존하므로, 임산부의 소생술은 임산부에게 우선적으로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6].
임신은 혈역학적 불안정과 호흡기의 변화를 가져온다. 임신 말기에는 앙와위자세에서 하대정맥은 거의 완전히 폐쇄되어 있고, 우심실의 충만압(filling pressure)은 감소하며, 일회 박출량, 심박출량 또한 20%까지 감소할 수 있다. 호흡기의 변화로 임신 말기 임산부의 기능잔기용량은 폐쇄폐공기량(closing capacity)보다 적으며 소기도 페쇄가 일어날 수 있다[
7]. 이러한 임신자궁에 의한 임산부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변화는 심폐소생의 효율을 저하시켜, 임신시 심폐소생술의 생존율은 6.9%로 매우 낮게 보고되고 있다[
8]. 그러므로, 임산부의 심정지시 우수한 질의 심폐소생술 제공을 위해서는 대동정맥 압박의 해소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5,
6]. 이를 위해 임산모 심폐소생술에서는 사망전후 제왕절개(perimortem cesarean section)를 통해 임신자궁에 의한 생리학적 변화를 줄이는 방법을 꼭 고려해야 하는데 사망전후 제왕절개에 의한 임산모와 태아의 생존 가능성은 심정지의 원인 질환, 사망전후 제왕절개의 시행 시기와 제왕절개 전의 소생술의 질 등에 의존한다[
9].
단태아 임신에서 자궁바닥(fundus)이 배꼽 정도에 이르는 임신나이 20주에 이르면 일반적으로 임신자궁에 의한 하대정맥과 대동맥 압박이 나타나게 되며, 이는 심폐소생술시 심장박출량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9,
10]. 비임신시 적절한 흉부압박은 정상 심장박출량의 약 30%를 발생시키나[
11], 임신 시 자궁으로 인한 대동정맥압박이 나타나게 되면 효과적인 흉부압박을 가할 때에도 심장박출량이 정상의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6].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궁 전위를 하거나 자궁절개(hysterotomy)나 제왕절개와 같은 수술적인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5,
6]. 자궁 전위의 방법은 좌측방 경사 자세(left lateral tilt position)나 도수 좌측방 자궁 전위(manual left uterine displacement)로 나눌 수 있다. 좌측방 경사 자세는 임산부의 흉부를 단단하고 편평한 표면에 위치시키고 의료인 무릎이나 베개, 모포, 혹은 Cardiff wedge를 임산부의 오른쪽 허리 밑에 위치시켜 15도에서 30도 정도의 경사를 만드는 방법이다[
12]. 도수 좌측방 자궁 전위는 임산부를 바로 눕힌 자세에서 흉부압박을 하는 동안 임신자궁을 좌측으로 구조자의 손을 사용하여 밀어주는 방법이다. 도수 좌측방 자궁 전위가 좌측방 경사 자세보다 심박출량 회복에 좀 더 효과적이다[
5]. 임신나이가 20주 이전일 경우, 자궁은 임산부의 대동정맥을 압박할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에 응급 자궁절개(hysterotomy) 혹은 제왕절개는 고려되지 않는다[
13]. 임신나이가 20주 이상인 경우, 자궁 전위와 함께 심폐소생술에 실패한 경우, 소생술을 계속하면서 응급 자궁절개 혹은 제왕절개를 시행해야 한다[
4,
5]. 응급 자궁절개 혹은 제왕절개는 대동정맥압박을 해소하여 임산부의 심폐소생술 성공 가능성을 향상시키며, 신생아의 상태를 파악하고 처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9]. 사망전후 제왕절개의 의의는 임신나이에 따라서 다르다. 태아는 임신나이 24-25주부터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14] 임신나이가 20-23주인 경우 태아는 제왕절개로 분만하여도 생존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이때의 제왕절개는 임산부의 성공적인 소생을 위한 것이다. 임신나이 24-25주 이상인 경우는 임산부와 태아의 생존을 위하여 시행한다[
6]. 임산부의 심정지와 제왕절개에 의한 분만사이의 기간이 짧을수록 임산부의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13], 신생아 저산소허혈뇌병증(neonatal hypoxic ischemic encephalopathy)등의 신경계 손상이 없는 태아를 분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4]. 여러 증례에서 임산부의 임신나이가 24-25주 이상이 되면 심정지부터 5분 이내에 분만 시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5]. 2015년 미국심장학회 심폐소생술 지침서에서는 지침을 만들기 위해 참고한 임신 시 심정지의 모든 증례는 넓은 범위의 이질성(heterogeneity)과 보고 치우침(reporting bias)를 가지고 있으나, 임산부 심정지 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경우 항상 즉각적인 자발순환회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사망전후 제왕절개를 준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5]. 5분 이내에 사망전후 제왕절개로 분만한다는 것은 심정지 후 4분 이내에 제왕절개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이나 사망전후 제왕절개 훈련 과정을 신설하고 유지한다 하더라도 5분 안에 분만하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목표일 수 있다[
13].
결론적으로, 드물면서도 소생가능성 낮은 임신시의 심정지가 발생하면 즉시 사망전후 제왕절개를 준비하고, 자발 순환이 회복되지 않으면 신속하게 제왕절개를 실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체계적인 준비와 평상시의 연습은 필수적이라 하겠다.